Clicky

[고난주간 성화묵상] 안토니오 치세리의 '에케 호모 Ecce Homo' — Art is long

[고난주간 성화묵상] 안토니오 치세리의 '에케 호모 Ecce Homo'

  고난주간에 성화를 통하여 우리의 구원을 위해 고난당하신 예수님을 묵상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성화 7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스위스 출신 이탈리아 화가 안토니오 치세리(Antonio Cseri, 1821 ~ 1891)의 <에케 호모 Ecce Homo>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1871년 이탈리아 정부의 의뢰로 제작되었는데, 그 구도가 매우 독특합니다. 관람자가 빌라도와 예수의 등 뒤, 즉 발코니 위에서 아래의 군중을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그려졌습니다.

 

<이 사람을 보라! Ecce Homo>를 보여주는 이미지
<에케 호모Ecce Homo> 1871년, 245x350cm, 이탈리아 피렌체 피티 궁전 현대미술관


  “Ecce Homo”라는 제목은 로마 총독 빌라도가 채찍질당하신 예수님을 군중에게 내보이는 극적인 순간을 다룹니다. 그림 속 빌라도는 군중을 내려다보며 손으로 예수님을 가리킨 채 “Ecce Homo!"라고 외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라틴어 ‘Ecce Homo'"이 사람을 보라!"라는 뜻으로, 성경 요한복음 195절에서 유래했습니다.

 

  예수님은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습니다. 가시관에서 흘러내린 피와 채찍질로 인한 상처가 그의 고통을 짐작하게 합니다. 그의 표정에서는 육체적 고통과 함께 깊은 슬픔과 고뇌가 느껴집니다.

 

<이 사람을 보라! Ecce Homo>라는 작품 중 예수님의 모습을 확대한 이미지
예수님의 모습 부분 확대


  이 광경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는 유일한 인물은 빌라도의 아내(전승에 따르면 클라우디아 프로쿨라)입니다. 그녀는 등을 돌린 채 하녀로 보이는 여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고뇌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태복음 2719절의 기록, "총독이 재판석에 앉았을 때에 그의 아내가 사람을 보내어 이르되 저 옳은 사람에게 아무 상관도 하지 마옵소서 오늘 꿈에 내가 그 사람으로 인하여 애를 많이 태웠나이다"라는 구절을 배경으로 합니다. 치세리는 성경 기록에 상상력을 더해 빌라도의 아내를 등장시킴으로써, 광기에 휩싸인 군중과 대조되는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빌라도는 아내의 간청보다 정치적인 선택을 하여 예수에게서 죄를 찾지 못했음에도 군중의 압력에 못 이겨 사형을 선고하고 말았습니다. 민란이 일어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그림의 구도는 권력자인 빌라도가 군중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건너편 건물 위에서 빌라도를 내려다보는 유대 지도자들이 있습니다. 치세리는 이런 구도를 통해 총독 빌라도를 압박하는 군중의 요구가 얼마나 거셌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려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도 사람들에게 에케 호모!”, 즉 예수님을 바라보고 믿어야 한다고 외치지만, 빌라도처럼 말뿐인 것은 아닌지요? 예수님을 향해 에케 호모!”라고 외치면서도, 세상과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는 경건한 고난주간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댓글 없음

문의하기 양식

이름

이메일 *

메시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