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턴 리비에르의 '공감'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위로"
인간과 1만 년 이상의 역사를 함께한 개가 등장하는 그림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브리턴 리비에르(Briton Riviere, 1840-1920)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서 동물 그림으로 큰 인기를 얻은 화가이며, 그의 대표작은 <공감 Sympathy>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대 시대의 개는 용맹함의 상징이자 인간의 사냥 파트너였습니다. 한때 사냥개는 귀족의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지요. 주인에게 충성스러운 존재로서, 그림 속에서 개는 주로 정절과 충절을 상징하는 역할을 부여받았습니다.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에 등장하는 개가 대표적입니다.
[작품소개] -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Arnolfini Portrait>
18세기 미술에서 개는 애완견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전성기를 누렸고, 화가들은 의뢰를 받아 개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19세기에 이르러 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개는 미술 작품에서 인간과 감정을 나누는 '반려'의 존재로 등장하게 됩니다.
화가 리비에르는 아버지를 이어 대대로 화가인 집안에서 태어났고, 그의 아내 역시 화가였습니다. 그림을 잘 그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란 그는 특히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개를 탁월하게 그렸습니다. <공감(Sympathy)>이라는 그림에는 인간과 교감하는 개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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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1877년, 캔버스에 유채, 45.1x37.5cm, 런던 테이트 브리튼 |
그림 속에는 파란 원피스를 입은 소녀와 흰 개가 계단에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어린 소녀는 입을 삐죽 내민 뾰로통한 모습입니다. 이 소녀는 화가의 딸 밀리센트로, 꾸지람을 듣고 '생각하는 계단'에 앉아 벌을 받는 중입니다. 하지만 반성하기는커녕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하네요. 리비에르는 꾸중을 듣고 토라진 딸의 모습을 기억해 두었다가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억울하고 속상한 소녀의 옆에는 흰 개가 있습니다. 개가 소녀의 어깨에 가만히 머리를 기대고 있는 모습은 말없는 이해와 위로를 상징합니다. 개의 표정을 보세요. 개 역시 어딘가 근심 어리고 심각해 보입니다. 소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해 주고 있는 것이 확실하네요. 이런 그림을 보니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듭니다.
1878년 이 그림이 런던 왕립 아카데미에 처음 전시되었을 때, 비평가들은 엄청난 찬사를 보냈습니다. 유명한 평론가 존 러스킨은 "지금까지 왕립 아카데미에서 본 최고의 그림"이라고 극찬했고, 각종 신문과 잡지들도 모두 호평을 쏟아냈습니다. 그러자 비슷한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청이 화가에게 쇄도했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소녀와 개가 마음으로 공감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입니다. 또한 아빠 리비에르가 토라진 딸의 모습을 기억해 두었다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그림으로 남겨주었으니, 틀림없이 딸 밀리센트가 그림을 보고 활짝 웃었을 것 같네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공감'이 아닐까요? 그림을 통해 우리는 때론 누군가를 공감해 주고, 때로는 누군가로부터 공감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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