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 성화묵상] 상징으로 가득한 기를란다요의 '최후의 만찬'
고난주간에는 예수님의 마지막 유월절 만찬을 빼놓을 수 없기에, 두 번째 성화 묵상으로 이탈리아 화가 기를란다요의 <최후의 만찬>을 소개합니다.
르네상스 화가 기를란다요(Domenico Ghirlandaio, 1448-1494)는 피렌체 각기 다른 장소에 '최후의 만찬'을 총 3점 그렸습니다. 1476년경 파시냐노 수도원 버전, 1480년 오니산티 성당 버전, 1486년경 산 마르코 수도원 버전이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산 마르코 수도원에 그려진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식탁의 형태가 U자형에 가까워 당시의 시대상을 더 잘 반영하고, 그림 속에 풍부한 상징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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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산티 성당의 <최후의 만찬> 1480년, 400x810cm |
기를란다요는 산 마르코 수도원의 도미니코회 수도사들로부터 식당 벽을 장식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수도원 식당에 '최후의 만찬'을 그리는 것은 당시 피렌체에서 일반적인 관행이었습니다. 수도사들이 식사할 때마다 예수님의 희생을 기억하게 하기 위함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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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마르코 수도원의 <최후의 만찬>, 1486년경, 400x800cm |
예수님과 제자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있습니다. 제자들의 표정은 심각해 보입니다. “나와 함께 그릇에 손을 넣는 그가 나를 팔리라”(마 26:23)라는 예수님의 말씀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님의 오른쪽에는 수제자 베드로가, 예수님 품에 기대고 있는 젊은이는 사랑받는 제자 요한입니다.
그런데 한 명의 제자만 식탁 맞은편에 홀로 앉아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그에게만 후광이 없습니다. 바로 가룟 유다입니다. 기를란다요는 예수님을 은 30에 팔아넘긴 유다를 다른 제자들과 분리하여 그의 배신을 시각적으로 강조했습니다. 유다의 등 뒤에는 고양이가 그려져 있는데, 고양이는 당시 배신과 불신을 상징하는 동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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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부분 확대 |
그림의 배경에는 다양한 상징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예수님 바로 위 창밖의 십자가는 그의 임박한 죽음을, 오른쪽 창문의 공작은 '죽어도 살이 썩지 않는다'는 전설 때문에 '부활'과 '불멸'을 상징합니다. 그 아래에는 '성령'을 뜻하는 비둘기 세 마리가 있고, 레몬 나무는 해독 작용이 있어 '구원'을 의미합니다. 식탁 위의 빵은 예수님의 몸을, 체리는 예수님의 피를 상징합니다. 이 모든 상징은 예수의 수난, 죽음, 부활, 그리고 구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자들 뒤 벽에는 라틴어로 누가복음 22장 29-30절의 말씀이 적혀 있습니다. “내 아버지께서 나라를 내게 맡기신 것 같이 나도 너희에게 맡겨 너희로 내 나라에 있어 내 상에서 먹고 마시며...”라는 구절은 수도원 식당의 벽화로 매우 적합한 내용입니다.
<최후의 만찬>을 묘사한 여러 작품이 있지만, 기를란다요의 작품은 풍부한 상징을 통해 깊은 신학적 의미를 전달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성화를 통해 성만찬의 의미를 깊이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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