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 1830년 7월혁명과 숨은 상징 5가지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꼭 봐야 할 그림인 <모나리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바로 그 작품!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아시나요? 이 그림은 단순히 아름다운 명화를 넘어, 자유를 향한 프랑스 국민들의 뜨거운 심장을 담고 있는 상징적인 작품입니다. 이 그림에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함께 파헤쳐 볼까요?
작품 정보 박스
- 제목 :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La Liberté guidant le peuple)
- 작가 : 외젠 들라크루아 (Eugène Delacroix)
- 제작 연도 : 1830년
- 종류 : 캔버스에 유채
- 크기 : 260 cm × 325 cm
- 소장처 : 루브르 박물관 (Musée du Louvre), 파리,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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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
1. 우리가 아는 '그 혁명'이 아니라고요? 😮
많은 분들이 이 그림이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그린 것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 그림의 배경은 그로부터 40년도 더 지난 1830년 7월 혁명입니다. 이 혁명은 1830년 7월 28일부터 30일까지 단 3일 동안 파리에서 일어났으며, '영광의 3일'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나폴레옹 몰락 후, 샤를 10세(Charles X)가 왕위에 오르면서 언론과 선거의 자유를 제한하는 칙령을 발표하며 왕정복고를 시도했죠. 이에 맞서 부르주아, 노동자, 학생 등 많은 프랑스 시민들이 혁명에 동참했습니다. 화가 들라크루아는 혁명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조국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면 최소한 조국을 위해 그림을 그려야 하겠지"라고 형에게 편지를 보내며 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품은 당시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프랑스의 진보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답니다.
2. 그림 속 주인공 '자유의 여신' 마리안의 비밀 🗽
그림의 중앙에서 민중을 용감하게 이끄는 여성은 '마리안(Marianne)'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마리안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 자유(Liberté)와 프랑스 공화국을 의인화한 알레고리적 상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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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안 상반신 부분 확대 |
- 프리기아 모자 : 그녀가 쓰고 있는 붉은 모자(프리기아 모자)는 고대 로마에서 자유를 얻은 노예들이 쓰던 것으로, 1789년 프랑스 혁명 때부터 자유의 상징이었습니다.
- 가슴 노출의 의미 : 노출된 가슴은 공화국의 거침없는 자유로운 정신 또는 민중을 먹여 살리는 어머니의 상징일 수 있습니다.
- 삼색기 : 오른손에 든 파랑, 하양, 빨강의 프랑스 국기(라 트리콜로르)는 자유, 평등, 박애의 가치를 의미합니다. 이 깃발은 그림 전체의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 속에서 가장 밝은 색상으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 마리안의 자세는 그리스 시대의 '밀로의 비너스'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 해요.
3. 상위 1%부터 소년까지, '하나 된 민중'의 모습
들라크루아는 혁명에 모든 사회 계층이 함께 참여했음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 부르주아 (신사) : 왼쪽에서 실크해트(Top hat)와 정장 차림으로 총을 들고 있는 남자는 중산층 지식인이나 부르주아 계층을 상징합니다. (참고로, 한때 들라크루아 자신의 자화상이라는 설도 있었지만, 오늘날 학계는 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 노동자 : 왼편에 작업복 차림으로 사브르(Sabre)를 든 남자는 노동자 계층을 대표합니다.
- 소년 (가브로슈) : 여신 오른쪽에 권총 두 자루를 들고 돌격하는 소년은 어린 반항 정신을 상징합니다. 이 소년은 빅토르 위고가 훗날 자신의 소설 <레 미제라블>(1862년 출판)에서 '가브로슈'라는 캐릭터를 만드는 데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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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총을 든 소년의 모습 부분 확대 |
4. 미술적 기교: 들라크루아가 그린 '영화 같은' 장면
들라크루아는 마치 영화감독처럼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데 뛰어난 재능을 보였습니다.
- 피라미드 구도 : 인물들의 배치는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맨 아래의 희생된 시신들을 받침대 삼아, 여신이 든 삼색기가 피라미드의 꼭대기(정점)를 이루며 상승하는 느낌을 줍니다. 이 구도는 들라크루아의 선배인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에서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 움직임 : 이 그림은 정지된 듯 보이지만, 군중이 관람자를 향해 돌진하듯 앞으로 나아가는 역동적인 움직임이 특징입니다.
- 빛의 효과 : 장면 전체는 어둡고 드라마틱하지만, 뒤편에서 오는 이상적인 빛이 자유의 여신과 맨 앞의 죽은 시민(하얀 셔츠를 입은 사람)에게 집중되어 주인공들을 강조합니다.
게다가, 그림의 배경에는 파리의 상징인 노트르담 대성당의 탑이 연기 속에서 희미하게 보입니다. 이는 파리 시내에서 벌어진 혁명의 현장임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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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르담 대성당 위에도 삼색기가 보임 |
5. 세계적인 상징: 뉴욕 자유의 여신상과 숨겨진 디테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프랑스의 상징인 마리안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녀의 이미지는 프랑스 지폐와 우표에 사용되었고,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끊임없이 오마주되었습니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역시 이 마리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조각상을 만든 조각가 바르톨디가 바로 이 그림에서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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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의 여신상 |
마지막으로, 일반적인 누드화와 달리 이 여신에게는 겨드랑이 털이 묘사되어 있는데, 이는 당시에는 충격적인 리얼리즘이었습니다. 들라크루아는 이 여성을 투쟁의 현장에 있는 강인한 민중 여성으로 표현하고자 했으며, 이는 여성이 스스로 쟁취한 자유를 상징함을 보여줍니다. 최근 2024년에 완료된 복원 작업에서는, 기존에 노란색으로만 알려졌던 자유의 여신 튜닉(옷)의 원래 색상이 회색 바탕에 노란색 하이라이트가 덧입혀져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복원 후에는 삼색기가 더 선명해졌고, 들라크루아 특유의 생동감 있고 미묘한 팔레트가 되살아났습니다. 이처럼 이 그림은 시간이 지나도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시대를 초월하여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모든 투쟁의 보편적인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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