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드가의 〈발레 수업〉은 세로로 선 화면입니다. 그 안에 연습복 차림의 무용수 여럿과, 긴 막대를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인 백발의 남자 한 사람이 들어가 있습니다. 제목이 수업이니 누군가는 춤을 추고 있으리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화면을 구석부터 차례로 훑어보면 춤추는 자세를 취한 사람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 글은 그 화면을 순서대로 따라갑니다.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를 적고, 그 배치가 화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까지만 말합니다. 화가가 왜 그렇게 그렸는지는 그림이 말해 주지 않으므로 적지 않겠습니다.
도판을 확대해 확인한 것은 셋입니다. 첫째, 화면 안의 사람들은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제 몸과 옷을 매만지고 있고, 춤추는 자세를 취한 사람은 없습니다. 둘째, 왼쪽 아래 초록 물뿌리개의 몸통 위에 화가의 서명이 쓰여 있습니다. 셋째, 가운데 위의 흰 액자 안에 창살 있는 창과 먼 지붕들이 비칩니다. 화면 위쪽에서 가장 밝은 자리이고, 그 밝기가 아래 무리에까지 번집니다.
![]() |
| 에드가 드가, 〈발레 수업〉, 1873~1876년, 캔버스에 유채, 85.5 × 75 cm, 오르세 미술관, 파리, RF 1976. 이자크 드 카몽도 백작 유증, 1911년. 제작 시기를 1871년경부터 1874년까지로 적은 기록과 1873년으로 적은 목록이 따로 있고, 가로를 65 cm로 적은 목록도 있다. 화면 안에서 춤추는 자세를 취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
춤추지 않는 발레 그림
화면에서 가장 앞에 있는 사람은 등을 돌리고 선 무용수입니다. 머리에 붉은 꽃을 꽂았고, 목덜미에서 검은 리본이 등 한가운데로 길게 내려옵니다. 허리에는 짙은 초록 리본이 큼직하게 묶여 있습니다. 오른팔은 팔꿈치를 바깥으로 접어 손을 허리에 얹었고, 손목에 어두운 팔찌가 하나 감겨 있습니다. 두 발은 뒤꿈치를 붙이고 발끝을 양옆으로 벌렸습니다. 발레에서 두 발뒤꿈치를 붙이고 발끝을 양옆으로 벌리는 1번 자세와 같은 모양인데, 힘은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발목의 흰 리본과 분홍 새틴 슈즈까지 다 갖춰 신은 채, 그냥 서 있습니다.
그 왼쪽을 보면 화면 구석의 어두운 덩어리가 피아노입니다. 뚜껑 위에 무용수 한 사람이 걸터앉아 있고, 치마가 피아노 모서리 너머로 흘러내립니다. 그가 하고 있는 동작은 분명합니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한쪽 팔을 등 뒤로 돌려 견갑골 사이에 손을 댔습니다. 등을 긁고 있습니다. 바로 옆의 금발 소녀는 손을 귀로 올려 귀걸이를 만지고 있습니다. 그 뒤 피아노의 악보대에는 인쇄된 악보가 오선까지 보이도록 펼쳐져 있는데, 건반 앞에 앉은 사람은 화면 안에 들어와 있지 않습니다. 몸을 매만지는 손이 화면을 채우는 방식은 같은 화가의 〈머리 빗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앞쪽 무용수의 바로 뒤에서는 검은 곱슬머리의 무용수가 쥘부채를 펼쳐 얼굴 가까이 들고 있습니다. 부챗살 사이의 잎은 누런 황금빛이고 바깥쪽 살 하나만 주홍으로 또렷합니다. 부치는 중입니다. 화면 가운데에는 우리 쪽을 정면으로 보고 선 무용수가 있습니다. 검은 목 리본에 짙은 초록 허리 띠, 손목에는 금팔찌. 두 팔은 그냥 늘어뜨렸고 고개만 살짝 기울어 있습니다. 그 왼쪽 사람은 팔꿈치를 괴고 턱을 손에 얹은 채 기대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눈을 옮기면 동작이 더 잘게 나뉩니다. 붉은 띠를 맨 무용수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서 있고, 파란 띠를 맨 무용수는 몸을 굽혀 앞섶을 매만집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옷을 만져 주고 있고, 또 한 사람은 두 손을 제 머리로 올렸습니다. 벤치에는 두 사람이 앉아 있습니다. 한쪽은 무릎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고, 다른 한쪽은 팔짱을 낀 채 발끝만 바깥으로 벌려 두었습니다. 그 뒤로는 검은 외투와 모자 차림의 어른들, 녹슨 붉은색 무늬 옷을 입은 여인이 벽 쪽에 서 있습니다.
긴 막대를 짚은 노인은 화면 오른쪽에 있습니다. 백발이고 얼굴이 붉으며, 몸을 앞으로 기울인 채 두 손을 포개어 막대 손잡이에 얹었습니다. 막대는 보통의 지팡이보다 길어서 짚었을 때 가슴 높이까지 옵니다. 밝은 회백색 프록코트 앞으로 적갈색 조끼가 늘어져 있고, 짙은 회색 바지에 검정 구두를 신었는데 한쪽 발에는 흰 각반이 보입니다. 그의 시선은 무용수들 쪽을 향합니다. 오르세 미술관은 이 사람을 두고 당대의 발레 마스터였던 쥘 페로의 초상이라고 작품 설명에 적어 두었습니다.
이렇게 훑고 나면 화면이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지가 보입니다. 서 있는 자세, 앉은 자세, 기댄 자세, 옷과 몸을 매만지는 손입니다. 동작과 동작 사이에 해당하는 자세들이 화면 전체에 깔려 있고, 그 사이를 움직이는 것은 노인의 시선 하나입니다. 이것이 화면에서 확인되는 사실입니다. 그 사실이 무엇을 말하려 한 것인지까지는 그림이 알려 주지 않습니다. 보는 일 자체가 이 화가에게 어떤 문제였는지는 드가의 생애를 따라간 글에 적어 두었습니다.
물뿌리개 위의 서명
화면의 왼쪽 아래 구석, 마룻바닥 위에 초록색 물뿌리개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주둥이는 왼쪽을 향하고 손잡이는 몸통 위로 아치를 그립니다. 연습실 세간 가운데 하나로 지나칠 만한 물건인데, 이것이 눈에 띄는 이유는 모양이 아니라 그 위에 쓰인 것에 있습니다.
![]() |
| 같은 그림의 왼쪽 아래다. 초록 물뿌리개 몸통을 가로질러 어두운 물감으로 Degas라고 쓰여 있다. 오른쪽에는 앞쪽 무용수의 종아리 뒤로 작은 개가 반쯤 가린 채 서 있고, 두 발은 뒤꿈치를 붙이고 발끝을 바깥으로 벌린 상태다. |
물뿌리개의 초록 몸통을 가로질러 어두운 물감으로 쓴 흘림체 글자가 있습니다. Degas. 화가의 서명입니다. 소장 기록도 이 그림의 서명 위치를 왼쪽 아래로 적어 두는데, 그 왼쪽 아래가 마룻바닥이 아니라 바닥에 놓인 물건 위입니다. 확대하지 않으면 초록 통에 묻은 얼룩과 구별되지 않을 만큼 작습니다.
여기서 할 수 있는 말은 위치에 관한 것까지입니다. 화면에서 가장 어둡고 가장자리에 가까운 자리라 눈이 마지막에 닿는 곳이고, 이름이 연습실 밖이 아니라 연습실 안에 놓인 물건 위에 얹혀 있습니다. 그래서 서명이 화면을 방해하지 않고 화면의 일부가 됩니다. 이름을 적는 방식에 대한 화가의 생각이 어땠는지는 이 그림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물뿌리개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옮기면 앞쪽 무용수의 종아리가 있고, 그 뒤에 작고 텁수룩한 황갈색 개 한 마리가 반쯤 가린 채 서 있습니다. 치마 자락이 개의 몸통 절반을 덮고 있어서, 전체를 축소해 보면 치마의 그림자쯤으로 지나치기 쉽습니다. 이 개와 물뿌리개는 뒤에 나올 뉴욕의 그림을 가르는 표지가 되니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거울이 비추는 창
화면 위쪽 가운데에는 세로로 긴 밝은 사각형이 있습니다. 흰 몰딩으로 테를 둘렀고, 위에는 코니스가 얹혀 있으며, 위쪽 두 모서리에 소용돌이 모양의 장식이 붙어 있습니다.
![]() |
| 같은 그림의 가운데 위다. 흰 몰딩 액자 안에 창살이 있는 창과 회보라색으로 문질러진 먼 지붕들이 들어 있다. 액자 테두리는 또렷한데 그 안쪽은 전부 문질러져 있다. 소장 기록도 이 그림의 주제 항목에 거울을 넣어 둔다. |
그 안을 확대해 보면 창살이 있는 긴 창이 들어 있습니다. 창 너머로는 옅은 하늘과, 회보라색을 짧게 문질러 놓은 자국들이 보입니다. 지붕이 늘어선 모양이고, 그 가운데 가느다란 세로 형태가 하나 솟아 있습니다. 탑인지 굴뚝인지는 붓자국만으로 가려지지 않습니다. 사각형의 오른쪽 절반은 어둡게 눌려 있어 아무것도 읽히지 않습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테두리와 안쪽의 차이입니다. 흰 액자는 몰딩의 단이 하나하나 보일 만큼 또렷한데, 그 안쪽은 창이든 지붕이든 전부 문질러져 있습니다. 유리를 한 번 거친 상이라는 것이 붓질에서 드러납니다. 이 그림의 소장 기록도 주제 항목에 거울을 넣어 둡니다.
화면에서 이 사각형이 하는 일은 분명합니다. 위쪽 절반에서 가장 밝은 자리이고, 그 밝기가 바로 아래에 모인 무리에까지 번집니다. 사각형 아래에 있는 두 사람의 얼굴과 어깨가 화면에서 가장 환하게 드러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뒤쪽 공간이 밝아 보이는 것은 방이 넓어서가 아니라 저 사각형이 빛을 한 번 되돌려 주기 때문입니다. 거울과 사물 위의 서명을 함께 따진 그림으로는 마네의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이 있습니다.
뉴욕에 있는 비슷한 그림
드가는 발레 연습실 장면을 여러 점 그렸습니다. 그중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있는 그림이 오르세의 이 그림과 자주 섞입니다. 방의 구조가 닮았고, 긴 막대를 짚은 백발의 노인이 똑같이 오른쪽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 점은 별개의 그림이고, 화면에 있는 물건이 서로 다릅니다.
![]() |
| 에드가 드가, 〈The Dance Class〉, 1874년, 캔버스에 유채, 83.5 × 77.2 c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 1987.47.1. 오르세본과는 다른 그림이다. 왼쪽 아래에 콘트라베이스와 악보를 펼친 보면대가 있고, 가운데에서 한 무용수가 한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있다. 서명은 물뿌리개가 아니라 맨 마룻바닥 위에 있다. |
뉴욕 그림의 왼쪽 아래에는 콘트라베이스가 벽에 기대어 세워져 있고, 그 앞에 악보를 펼친 보면대가 서 있습니다. 오르세 그림에는 둘 다 없습니다. 반대로 오르세 그림에 있는 초록 물뿌리개와 작은 개는 뉴욕 그림에 없습니다. 서명도 자리가 다릅니다. 뉴욕 그림의 Degas는 보면대 발치의 맨 마룻바닥 위에 쓰여 있습니다.
사람의 자세도 갈립니다. 뉴욕 그림의 가운데에서는 한 무용수가 한 팔을 머리 위로 둥글게 올리고 고개를 돌리고 있습니다. 몸에 힘이 들어간 자세이고, 주변 사람들이 그쪽을 향해 있습니다. 오르세 그림에는 그런 자세를 취한 사람이 없습니다. 노인의 옷차림도 다릅니다. 뉴욕 쪽은 선명한 붉은 크라바트를 맸고, 오르세 쪽은 적갈색 조끼가 코트 앞으로 늘어져 있습니다. 방의 색은 뉴욕 그림이 더 밝은 청록입니다.
같은 미술관에 제목이 거의 같은 그림이 한 점 더 있습니다. 이쪽은 캔버스가 아니라 나무판에 그린 것이고, 가로가 세로보다 긴 손바닥만 한 소품입니다. 인터넷에서 도판을 고를 때 이 세 점이 뒤섞이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이 그림이 어느 쪽인지 확인하고 싶을 때는 왼쪽 아래만 보면 됩니다. 초록 물뿌리개와 개가 있으면 파리의 그림이고, 콘트라베이스와 보면대가 있으면 뉴욕의 그림입니다. 나무판 소품은 크기와 방향이 달라 나란히 놓으면 바로 갈립니다.
크기가 갈리는 기록
이 그림이 무엇 위에 그려졌는지는 기록이 갈리지 않습니다. 캔버스에 유채입니다. 그리고 그 캔버스가 화면에 그대로 드러나는 자리가 있습니다. 노인의 회백색 코트와 오른쪽 마룻바닥이 그렇습니다. 물감을 얇게 문질러 칠한 탓에 천의 올이 격자로 비쳐 보입니다. 두껍게 쌓아 올린 그림이 아니라 스치듯 밀어 놓은 그림이라는 것이 확대하면 바로 보입니다.
크기는 사정이 다릅니다. 세로가 가로보다 조금 긴 세로 화면이고, 벽 하나를 채우는 큰 그림이 아니라 한 사람이 두 팔로 안을 만한 크기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의 치수는 기록마다 같지 않습니다. 세로는 반올림 차이로 볼 수 있을 만큼 붙어 있지만, 가로를 열 센티미터쯤 좁게 적은 목록이 하나 있습니다. 인치로 환산한 값까지 그 좁은 쪽에 맞춰 두어서 단순한 오기라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이 글의 첫 이미지 설명에 갈린 그대로 적어 두었습니다.
제작 시기도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1873년부터 1876년 사이로 적는 기록, 1871년경에 시작해 1874년까지로 적는 기록, 1873년 한 해로 적는 목록이 함께 있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이 글이 판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그림이 세상에 처음 나온 시점은 좁혀져 있습니다. 1876년 런던에서 열린 프랑스 근대 화가 전시에 이미 걸려 있었고, 같은 해 브라이턴의 겨울 전시에도 나갔습니다. 그 뒤 영국과 프랑스의 여러 손을 거쳐 1911년에 유증으로 국가에 넘어갔습니다.
드가 발레 수업 보는 법
지금까지 본 것을 순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도판을 열어 두고 따라가 보시기를 권합니다.
첫째, 왼쪽 아래 구석부터 봅니다. 초록 물뿌리개를 찾고, 몸통을 가로지르는 흘림체 서명을 읽습니다. 그다음 오른쪽으로 조금 옮겨 치마 뒤에 반쯤 가린 개를 찾습니다. 이 두 가지를 찾으면 지금 보고 있는 것이 파리의 그림이라는 것이 확정됩니다.
둘째, 손을 봅니다. 사람마다 손이 어디에 가 있는지만 따라가면 됩니다. 허리, 등 뒤, 귀, 앞섶, 무릎, 남의 옷. 그리고 부채 하나. 손이 하는 일이 전부 춤이 아니라 준비이거나 기다림입니다.
셋째, 위로 올라가 흰 액자 안을 봅니다. 창살과 지붕을 확인하고, 테두리는 또렷한데 안쪽은 문질러져 있다는 차이를 봅니다. 그런 다음 다시 아래로 내려와, 그 사각형 바로 밑에 있는 얼굴들이 왜 화면에서 가장 환한지를 확인합니다.
넷째, 오른쪽의 노인으로 갑니다. 그가 막대에 얹은 두 손과, 앞으로 기울어진 몸과, 무용수들을 향한 시선을 봅니다. 화면에서 정지해 있지 않은 것은 사실상 그 시선 하나입니다.
그러고 나서 화면 전체로 물러나면 처음과 다른 것이 보입니다. 처음에는 연습실 풍경 한 장이었던 것이, 저마다 다른 곳에 손을 두고 있는 사람들의 목록으로 바뀝니다. 그 목록을 무엇이라고 부를지는 정해 두지 않겠습니다. 그림이 거기까지는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