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의 직물조합 이사들, 그림 속 남자들이 왜 나를 쳐다보는 비밀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의 <암스테르담 직물조합 이사들 De Staalmeesters>은 그가 1662년경에 완성한 작품으로,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집단 초상화 중 하나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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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물조합 이사들> 1662년경, 191.5×279cm,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
이 작품은 암스테르담 직물조합이 의뢰한 것으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집단 초상화가 얼마나 화려하게 꽃피웠는지를 보여줍니다. 검은 옷과 모자를 쓴 채 앉아 있는 다섯 남자는 옷감의 품질을 검사하는 조합의 이사들이며, 모자를 쓰지 않고 뒤편에 서 있는 남자는 그들의 하인입니다.
이 그림은 조합의 회의실이었던 '스타알호프(Staalhof)'에 걸려 있었으며, 그림 속 장면은 이사들이 회의를 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페르시아산 양탄자가 깔린 테이블 주위에 모여 앉아 펼쳐진 장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걸작인 이유는 마치 우리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그들이 일제히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에 있습니다. 정적이고 딱딱했던 기존의 집단 초상화와는 차원이 다른, 마치 스냅 사진과 같은 극적인 순간을 연출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옷감 조합의 이사들이 집단 초상화의 주인공이 되었을까요? 바로 그들이 그림의 주문자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왕과 귀족들이 예술의 주요 후원자였지만, 네덜란드에서는 평민 계급인 상인들이 미술 시장의 큰손이었습니다. 해상 무역과 금융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상인들은 자신들의 조합 건물이나 집을 그림으로 장식하고, 단체의 일원으로서 자신들의 모습을 후대에 남기고 싶어 했습니다.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개인 초상화보다도 여러 인물이 함께 그려진 집단 초상화가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는 유럽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현상으로, 개인의 성공뿐만 아니라 조합이나 단체의 일원으로서 소속감과 시민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네덜란드 특유의 문화를 반영합니다. 이러한 집단 초상화의 유행은 네덜란드 미술 시장을 크게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인물 각자의 개성과 심리를 깊이 있게 묘사한 이 작품은 렘브란트의 마지막 위대한 집단 초상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따뜻하고 깊이 있는 색조, 인물들의 개성이 드러나는 미묘한 표정과 자세, 그리고 극적인 구성이 어우러져 시대를 초월하는 걸작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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