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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묵상] 이삭을 바친 아브라함 : 렘브란트, 카라바조 등 4대 거장의 시선

 성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성경과 관련된 그림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주제는 창세기 22장에 기록된,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이야기와 관련된 작품들입니다.


 

성경의 내용 - 창세기 22장

  믿음의 조상으로 알려진 아브라함에게는 100세에 얻은 아주 귀한 아들 이삭이 있었습니다. 이삭은 아브라함이 간구해서 얻은 아들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시겠다고 약속하여 얻게 된 아들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일러 준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이삭을 바치기 위해 모리아산으로 향합니다.

 

수많은 화가들이 이 극적인 순간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그중 네 작품을 살펴보겠습니다. 

1. 렘브란트 판 레인 (Rembrandt van Rijn, 1606-1669)

 

렘브란트가 그린 <이삭의 희생>을 보여주는 이미지
<이삭의 희생>, 1635년, 193x132cm,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예르미타시 미술관

 

  '빛의 화가' 렘브란트는 빛과 어둠의 절묘한 대비로 이 장면을 아주 극적으로 표현했습니다. 환한 빛은 제물로 바쳐질 이삭에게 집중됩니다. 아브라함은 차마 아들을 볼 수 없어 왼손으로 이삭의 얼굴 전체를 꽉 움켜쥐고 있습니다.

 

  이제 칼로 아들의 목을 베려는 바로 그 순간, 천사가 나타나 다급하게 아브라함의 팔을 붙잡습니다. 그 바람에 칼은 아브라함의 손에서 떨어져 공중에 떠 있는 찰나의 순간이 포착되어 있습니다.

 

  이 순간 아브라함은 놀라움과 당혹감을 느끼며 천사를 바라봅니다. 렘브란트 역시 이 그림을 그릴 즈음 첫아들을 잃는 아픔을 겪었기에, 아들을 잃을 뻔했던 아브라함의 심정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며 그렸을 것입니다.

 

2.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1610)

 

카라바조가 그린 <이삭의 희생>을 보여주는 이미지
<이삭의 희생>, 1603년,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카라바조의 그림은 훨씬 더 사실적이고 격렬합니다. 이삭은 제단 위에 벌거벗은 채 누워 있고, 아브라함은 이삭의 목을 강하게 누른 채 칼로 내리치려 합니다. 죽음의 공포에 질린 이삭은 입을 벌린 채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바로 그 순간, 천사가 나타나 오른손으로 아브라함의 칼을 쥔 손을 붙잡고, 왼손으로는 이삭을 대신할 희생 제물인 숫양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모습으로 성경을 그렸던 카라바조의 특징이 나타납니다. 그림 속 천사와 배경의 모습은 아브라함 시대가 아닌 17세기 이탈리아의 풍경입니다.

 

3. 마르크 샤갈 (Marc Chagall, 1887-1985)

 

마르크 샤갈이 그린 <이삭의 희생>을 보여주는 이미지
<이삭의 희생> 1960-66년, 프랑스 니스 국립 마르크 샤갈 미술관


  초현실주의 화가 샤갈의 그림은 앞선 두 작품과 전혀 다릅니다. 긴 수염의 아브라함은 눈을 감은 채 오른손에는 칼을, 왼손에는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기도하는 듯한 경건한 모습입니다.

 

  한편 제물로 바쳐질 이삭은 저항 없이, 오히려 자발적으로 자신을 바치려는 듯 팔짱을 낀 채 누워 있습니다. 샤갈은 이 이야기를 통해 유대 민족이 겪었던 수난의 역사를 함께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4. 다비드 테니어스 2세 (David Teniers the Younger, 1610-1690)

 

다비드 테니어스가 그린 <아브라함과 이삭의 기도>를 보여주는 이미지
<아브라함과 이삭의 기도> 1653년,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 박물관


  마지막 그림은 앞선 작품들과 다른 장면을 묘사합니다. 이 그림은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긴박한 순간이 아니라, 모든 시험이 끝난 후의 감사와 안도의 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인신 제사를 원하시는 분이 아니시기에, 아브라함의 순종을 확인하신 후 숫양을 예비해 놓으셨습니다.

 

  다비드 테니어스는 제단 위에서 숫양이 불타는 순간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아들을 죽이려던 칼은 바닥에 버려져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아들 이삭이 제단 앞에 무릎 꿇고 하나님께 감사드리도록 돕고 있습니다. 벌거벗었던 이삭은 다시 옷을 입고 두 손을 모아 하나님을 경배합니다. 저 멀리에는 그들을 기다리던 나귀와 하인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이상으로 네 화가의 작품을 소개해 드렸는데 도움이 되셨는지요? 소개한 그림들을 통해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야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어느 그림이 사실에 가까운지를 따지기보다, 창의성을 발휘한 화가들의 다양한 해석을 통해 성경을 보다 깊이 묵상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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