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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인즈버러의 앤드루스 부부 초상화(Mr and Mrs Andrews) 해설 – 내셔널 갤러리 명화의 ‘미완성 무릎’ 미스터리

🎨 작품 정보
작품명 : 앤드루스 부부 (Mr and Mrs Andrews)
작가 : 토마스 게인즈버러 (Thomas Gainsborough, 1727–1788)
제작 : 약 1750년경
재료 :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크기 : 69.8 × 119.4 cm
소장처 : 내셔널 갤러리, 런던 (National Gallery, London)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거대한 대작들 사이, 유독 눈길을 끄는 아담한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가로 약 1.2미터 정도의 크기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결코 작지 않은 작품, 바로 토마스 게인즈버러의 걸작 <앤드루스 부부>입니다.

  언뜻 보면 평화로운 시골 풍경 속의 신혼부부 같죠? 하지만 이 그림은 사실 "이 넓은 땅이 다 우리 거야!"라고 외치는 18세기 영국 상류층의 확실한 부의 과시이자, 화가와 모델 사이의 묘한 신경전이 담긴 문제작입니다. 지금부터 이 그림의 비밀을 파헤쳐 볼까요?


토마스 게인즈버러 앤드루스 부부


사랑일까, 비즈니스일까? 결혼으로 완성된 부동산 합병


 그림 왼쪽 벤치에 앉은 도도한 표정의 여인과 총을 든 남자가 보이시나요? 이들은 당시 22세의 신랑 로버트 앤드루스(Robert Andrews)와 16세의 신부 프란시스 카터(Frances Carter)입니다. 이 결혼은 로맨틱한 연애보다는 가문끼리 맺은 ‘비즈니스 합병’에 가까웠습니다. 로버트는 넓은 영지를 물려받은 소지주였고, 이웃한 부유한 집안의 딸 프란시스와 결혼하면서 두 가문의 토지가 하나로 합쳐지게 된 것이죠. 즉, 이 그림은 단순한 웨딩 사진이 아니라 거대한 자산의 결합을 증명하는 ‘부동산 등기권리증’인 셈입니다.


인물은 구석에, 풍경은 한가득? 화가의 영리한 선택


  보통 초상화라면 사람이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이 그림은 인물을 왼쪽 구석으로 몰아넣고 화면의 반 이상을 풍경에 할애했습니다. 여기에는 땅부자의 과시욕과 화가의 사심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이유가 있습니다. 남편 로버트는 자신의 광활한 영지를 그려 넣어 본인의 능력을 자랑하고 싶어 했고, 풍경화를 훨씬 사랑했던 게인즈버러는 "당신 땅을 배경으로 넣으면 일석이조 아니겠냐"며 그를 설득했죠. 덕분에 게인즈버러는 돈을 벌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풍경을 마음껏 그릴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이런 스타일의 그림을 미술사에서는 '컨버세이션 피스(Conversation Piece)'라고 불러요. 야외에서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거나 활동하는 모습을 담은 영국 특유의 초상화 장르죠. 


그림 속 숨은 부의 상징: 울타리와 사냥총


  • 울타리와 양 떼 : 잘 정돈된 밭과 울타리는 당시 최신 농법인 인클로저(Enclosure) 운동을 보여줍니다. 내 땅에 울타리를 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수익을 올리는 '스마트한 지주'임을 자랑하는 장치입니다.
  • 남편의 사냥총 : 당시 총과 화약은 매우 고가였으며, 사냥은 넓은 영지를 소유한 영주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습니다.
  • 푸른 공단 드레스 : 프란시스의 옷차림은 험한 농사일은 전혀 하지 않는 귀부인의 삶을 증명합니다.

잘 정돈된 밭과 울타리는 당시 최신 농법인 인클로저(Enclosure) 운동을 보여주는 부분확대
당시 최신 농법인 인클로저(Enclosure) 운동을 보여주는 정돈된 밭과 울타리 부분 확대

 

비하인드: 화가와 모델, 알고 보니 학교 동창?


  그림 속 부부의 표정이 왠지 거만해 보인다면 기분 탓이 아닙니다. 사실 화가 게인즈버러와 로버트 앤드루스는 어린 시절 같은 학교를 다닌 동창이었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한 명은 부유한 지주로, 한 명은 그에게 고용된 화가로 재회했죠. 친구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는 듯한 모델과, 그들을 바라보는 화가의 묘한 계급적 긴장감이 그림 속에 투영되어 있습니다.


미스터리: 부인의 무릎 위엔 무엇이 있었을까?


프란시스 부인의 무릎 위 미완성된 공간 부분 확대
프란시스 부인의 무릎 위 미완성된 공간 부분 확대


  이 그림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프란시스 부인의 손 부분입니다. 무릎 위에 칠하다 만 듯한 빈 공간이 보이죠. 가장 유력한 가설은 남편이 사냥해 온 '꿩'을 그려 넣으려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화가가 꿩을 구하지 못했거나, 혹은 작업 도중 부부와의 관계가 틀어져 미완성으로 남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빈 공간이 현대 관객들에게는 더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꿩 이외에도 바느질 도구(자수·레이스 작업)나 책, 부채, 애완견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영국 전원 풍경 속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과 계급, 그리고 미완성의 미학."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꼭 봐야 할 가장 영국적인 얼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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