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 '암굴의 성모' 루브르 vs 런던, 다빈치의 두 걸작 완벽 비교 분석
제목 : 암굴의 성모 (La Vergine delle Rocce / The Virgin of the Rocks)
파리 루브르박물관 : c.1483–1486, 패널(후에 캔버스 이전)
런던 내셔널 갤러리 : c.1490s–1508, 패널
주문 : 밀라노 무염시태 평신도 형제단(산 프란체스코 그란데 성당 제단 중앙 패널)
제작 동기
밀라노에서 활동하던 레오나르도는 무염시태를 기리는 평신도 형제단으로부터 제단 중앙 패널을 의뢰받았습니다. 계약서에는 성모·아기 예수·천사·예언자 같은 정형 도상이 명시되어 있었지만, 그는 상징을 최대한 줄이고 성모, 아기 예수, 아기 요한, 천사만 남겨 시선과 손짓으로 이야기를 조직했지요. 교리를 나열하는 대신, 막 태어나는 신비의 공기를 포착하려 한 선택이었습니다.
당시 이 중앙 패널은 ‘연주·합창 천사’ 측면 그림과 한 세트로 설계된 다층 제단의 심장부였고, 그 사이드의 패널 두 점은 오늘 내셔널 갤러리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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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루브르박물관, 1483–1486년 |
작품 설명
레오나르도는 성모를 하늘이 아니라 암굴에 앉혔습니다. 이 암굴은 삼중의 의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신학 : 감춤과 현현의 경계에서 어둠을 뚫고 나오는 빛을 보여줍니다.
자연 : 바위의 켜(퇴적층), 물기 어린 표면, 바위틈의 작은 잎과 꽃까지 관찰해 현실의 지층 위에 기적을 앉힙니다.
심리 : 좁고 어두운 공간을 가르는 빛으로 자궁·탄생의 은유를 불러옵니다.
그 위에 네 인물이 만드는 피라미드(삼각형) 구도가 화면을 단단히 붙잡습니다. 꼭짓점은 성모의 얼굴, 아래 변은 아기 예수–세례 요한–천사가 이루지요. 시선 흐름은 (1) 요한의 경배 → (2) 예수의 축복하는 손 → (3) 성모의 보호 제스처 → (4) 성모가 아닌 여성 인물, 즉 천사의 손가락이 요한을 가리키는 제스처와 관객을 향한 응시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한 바퀴 도는 순환이 생기며 화면이 호흡합니다. 경계는 스푸마토—연필 선을 문지른 듯, 사진으로 치면 아웃포커스처럼—빛과 그림자의 경계를 부드럽게 지워 피부·바위·공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하죠. 그래서 설명보다 직접 체험하는 느낌이 남습니다.
최신 과학 조사에서는 버려진 초기 구성이 확인되어, 천사의 지시 손과 그리스도의 위치가 한때 달랐음이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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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브르 버전과 런던 버전의 삼각구조 비교 |
다만 작품을 의뢰한 단체 입장에서는 불안했습니다. 성화에 흔한 후광(아우레올라)과 도상(세례 요한의 십자 지팡이, 낙타가죽 같은 표지)이 거의 보이지 않으니 누가 누구인지 교리적으로 분명하지 않다고 느낀 것이지요. 주문단체는 불만을 토로하며 주문금액인 800리라만 지급했고(중도금만 지불), 레오나르도와 동료들은 “재료값도 안 된다”며 작품을 곧장 넘기지 않았습니다. 훗날 첫 번째 그림은 프랑스의 루이 12세에게 넘어간 것으로 전해집니다(전승). 그러나 형제단은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갈등은 법정으로 번졌습니다.
두 번째 작품 제작
법정 다툼 끝에 “계약대로 더 분명한 도상으로 납품하라”는 요구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레오나르도는 다시 그릴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물이 오늘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있는 두 번째 <암굴의 성모>입니다. 기본 구도(피라미드)는 유지하되, 발주 취지에 맞게 표지를 분명히 하는 쪽으로 문장을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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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내셔널 갤러리, c.1490s–1508 |
머리 둘레에 후광을 뚜렷이 넣어 성스러움을 명확히 했습니다.
세례 요한의 속성(십자 지팡이·낙타가죽)을 더해 인물 식별을 쉽게 했습니다.
루브르판에서 천사가 화면 바깥을 가리키던 손짓을 거두고 시선을 아래·내부로 돌려 장면을 성모 중심으로 정렬했습니다.
빛과 윤곽을 더 또렷하게 하여 전체 인상이 경건하고 교리적으로 명료한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러한 수정사항들 덕분에 첫 작품의 암시가 둘째 작품에서는 식별로 또렷이 번역되었지요. 결국 1508년에야 제단에 설치되며 사건이 매듭지어졌습니다.
두 작품의 핵심 감상 포인트
피라미드 구도 : 성모–천사–두 아이가 만드는 삼각형을 먼저 떠올리면 화면의 안정과 긴장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손의 문법 : 성모의 보호 → 아기 예수의 축복 → 요한의 경배. 손끝만 따라가도 서사가 선명해집니다.
시선의 네트워크 : 루브르판은 천사가 관객을 보며 바깥을 가리켜 증언의 통로를 열고, 런던판은 시선이 내부로 수렴해 성모의 중심성이 커집니다.
스푸마토와 대기 원근 : 경계가 안개처럼 녹고, 멀수록 푸르고 흐려지는 원경이 영적 분위기의 구체적 근거를 제공합니다.
도상(표지)의 유무 : 루브르판은 후광·속성이 거의 없어 시(詩)처럼 읽히고, 런던판은 후광·요한의 속성이 더해져 교리서처럼 명료합니다.
빛의 진입각 : 빛이 얼굴→손→아이들→전경 바위로 이동하는 순서를 따라가면 장면의 리듬이 또렷해집니다.
암굴의 지질감과 식물 : 바위 결·균열·축축한 표면, 바위틈의 식생을 살피면 무대장치가 아닌 관찰된 자연임이 체감됩니다.
번갈아 보기 체크리스트 : 후광 유무 → 천사 손짓(있음/없음) → 요한 속성(지팡이·낙타가죽) → 대비 강도(부드러움/또렷함)만 비교해도 두 버전의 성격 차이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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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광 부분을 확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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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례 요한 부분 확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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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사의 손가락이 있는 부분을 확대 ※ 최신 과학 조사에서 초기 배치·포인터 손 변화가 확인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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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비 강도 (스푸마토 vs 명료함) 비교 |
둘째 작품(런던버전)은 레오나르도가 전부 직접 그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공방(예: 데 프레디스 형제)의 참여 비중이 크고, 레오나르도는 설계·수정·핵심 인물 처리에 집중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으니, 비교 감상할 때 참고하시면 좋아요.
한편 최근 보존·연구 이후에는 레오나르도 자필 비중을 더 높게 보는 평가도 병존합니다.
마무리
<암굴의 성모>는 같은 이야기를 두 가지 방식으로 들려줍니다.
루브르버전은 경계를 누그러뜨려 신비를 느끼게 하고, 런던버전은 표지를 또렷하게 해서 의미를 분명히 합니다. 둘은 경쟁이라기보다 서로를 비추는 쌍둥이 렌즈이지요.
다 방면으로 해박했던 다빈치가 또다시 비슷한 그림을 그려야 했던 모습을 상상해 보실래요? 아마 탐탁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모두 비공식 추정치이지만 루브르버전은 약 4억–6억 달러 수준이고, 런던버전은 약 2억–4억 달러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런 가치 측정을 통해 첫번째 그린 그림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런 주문단체는 자신들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다고 새로운 작품을 요구한 것을 보면 예술적 가치만이 전부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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