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 〈초원의 성모〉 해설, 아기 예수는 십자가와 어머니의 소매를 함께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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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원의 성모〉는 라파엘로가 피렌체에 머물던 1505년 또는 1506년에 그린 그림으로, 지금은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박물관에 있습니다. 풀밭에 앉은 성모 앞에서 아기 예수와 어린 세례자 요한이 가느다란 십자가 지팡이를 사이에 두고 마주합니다. 처음 보면 평온한 가족 그림이지만, 아기 예수의 두 손을 따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한 손은 십자가를 쥐었고 다른 한 손은 어머니의 소매를 놓지 않았습니다. 이 글은 그 두 손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리고 라파엘로가 그 자세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고쳐 그렸는지를 따라갑니다.

작품 정보
  • 제목 : 초원의 성모 (이탈리아어 Madonna del Prato, 독일어 Madonna im Grünen, 영어 Madonna of the Meadow), 벨베데레의 성모라고도 부름

  • 작가 : 라파엘로 산치오 (Raffaello Sanzio, 1483~1520)

  • 연대 : 1505년 또는 1506년 (성모 옷 목둘레에 연도가 적혀 있음)

  • 재료 : 포플러 나무판에 유채

  • 소장처 :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박물관 (Kunsthistorisches Museum Wien), 회화관 1번 전시실

라파엘로 초원의 성모 빈 미술사박물관 작품 원본
라파엘로, 〈초원의 성모〉, 1505년 또는 1506년, 포플러 나무판에 유채, 113×88.3cm(미술관 영문 페이지는 113×88.5cm), 빈 미술사박물관, GG 175. 성모의 머리에서 왼쪽 요한의 무릎과 오른쪽 아래 성모의 맨발로 내려가는 두 변을 따라가 본다.

초원의 성모 제작 배경

  우르비노에서 태어나 페루지노 밑에서 그림을 익힌 라파엘로는 1504년 무렵부터 1508년까지 피렌체에서 활동했습니다. 16세기 화가 전기 작가 조르조 바사리는 『미술가 열전』에서, 라파엘로가 시에나에서 일을 돕다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가 피렌체에서 그린 전투화 밑그림 소식을 듣고 그 도시로 왔다고 적었습니다. 피렌체에서 그를 특히 아낀 사람이 귀족이자 후원자인 타데오 타데이였습니다. 바사리에 따르면 타데이는 젊은 라파엘로를 늘 자기 집과 식탁에 두려 했고, 라파엘로는 그 호의에 지지 않으려고 그림 두 점을 그려 주었습니다(1568년 판). 바사리는 이 대목에서 라파엘로를 친절 그 자체인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1550년에 나온 첫 판에도 라파엘로가 타데이의 집에 머물 곳을 얻었고 그 답례로 두 점을 그렸다는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바사리는 두 점이 무슨 그림인지 적지 않았습니다. 루브르 박물관도 〈아름다운 정원사〉의 소장 이력 첫 줄에 물음표를 달아 타데이의 이름을 적어 둘 만큼, 어느 그림이 타데이의 것이었는지는 지금도 추정의 영역입니다. 다만 바사리는 그 두 점이 페루지노에게 배운 첫 방식과 피렌체에서 공부해 익힌 더 나은 방식을 함께 지녔다고 평했습니다. 빈의 이 그림을 그중 하나로 보는 근거는 소장 이력입니다. 빈 미술사박물관은 이 그림을 타데이를 위해 그린 것으로 적고, 1662년 오스트리아의 페르디난트 카를 대공이 손에 넣어 인스부르크 근처 암브라스 성의 수집품이 되었다가 1773년 빈으로 옮겨졌다고 기록합니다. 바사리의 기록대로라면 이 그림은 성당 제단화가 아니라 한 집안에 두고 보던 그림이었습니다.

  제작 연도는 그림 안에 있습니다. 성모의 붉은 옷 목둘레에 금색 글자가 띠처럼 둘러져 있는데, 가슴 위 장식 바로 위에서 로마 숫자 M.D.V, 곧 1505가 읽힙니다. 그 앞뒤의 금색 글자들은 장식처럼 이어져 있어 쉽게 읽히지 않고, 미술관은 뒤에 I가 하나 더 붙은 1506일 수도 있다고 덧붙입니다. 그래서 이 그림의 연대는 1505년 또는 1506년으로 남아 있습니다. 라파엘로가 스물두세 살 무렵이었습니다.

초원의 성모 삼각형 구도와 풍경

  세 인물은 하나의 삼각형 안에 들어앉습니다. 꼭짓점은 성모의 머리이고, 한 변은 성모의 머리에서 화면 왼쪽으로 내려가 무릎 꿇은 요한의 등과 무릎에 닿고, 다른 한 변은 파란 망토를 따라 화면 오른쪽 아래로 뻗은 성모의 왼발로 내려갑니다. 성모의 오른쪽 무릎을 덮은 파란 망토가 화면 왼쪽으로 펼쳐지고, 그 앞에 요한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아기 예수는 그 삼각형 한가운데, 성모의 두 무릎 사이에 서 있습니다. 성모는 비스듬히 앉아 왼쪽 다리를 길게 뻗었는데, 이 다리가 없었다면 오른쪽 아래 변이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피라미드 구도는 피렌체 시절 라파엘로의 성모 그림에 거듭 나타납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은 같은 무렵 그린 〈방울새의 성모〉를 설명하며, 이 구도가 레오나르도의 〈성 안나와 성모자〉 밑그림에서 라파엘로가 받은 깊은 인상을 반영한다고 봅니다. 그 밑그림은 지금은 사라졌지만 1500년대 초 피렌체의 산티시마 안눈치아타 성당에 전시되어 많은 사람이 보았습니다. 레오나르도가 피렌체와 밀라노를 오가며 남긴 작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애와 작품에서 이어 볼 수 있습니다.

  배경의 풍경도 구도의 일부입니다. 가까운 풀밭은 누런 녹색이고, 왼쪽에는 언덕 위 건물과 호숫가 마을이, 오른쪽에는 넓은 호수와 먼 산이 푸르스름하게 물러납니다. 먼 산은 뚜렷한 윤곽 없이 하늘빛 속으로 흐려집니다. 우피치는 같은 시기의 〈방울새의 성모〉를 두고, 라파엘로가 페루지노와 프라 바르톨로메오, 레오나르도를 공부했고 지평선의 풍경을 대기 속에 녹이는 데 레오나르도식 스푸마토, 곧 윤곽을 연기처럼 흐리게 하는 기법을 썼다고 설명합니다. 빈의 그림에서 멀리 갈수록 산과 물이 옅어지는 모습도 같은 방향에 있습니다. 지평선은 성모의 가슴 높이에 걸려 있어서, 성모의 상반신과 머리는 하늘을 배경으로 떠오르고 두 아이는 땅 위에 남습니다. 빈 미술사박물관은 이 풀밭이 한편으로는 인간적이고 지상적인 것을 강조하고, 먼 지평선으로 사라지는 모습으로는 시간을 넘어서는 것을 느끼게 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이 그림이 르네상스의 새로운 정신을 보여 주는 아이콘이 되었다고 씁니다. 미술관이 직접 붙인 평가입니다.

두 아이와 십자가, 예수의 두 손

  이 그림의 이야기는 십자가 지팡이 하나에 모입니다. 요한은 세례자로 자라 예수를 세상에 알릴 사람이고, 가는 막대에 짧은 가로대를 단 십자가 지팡이는 그림에서 요한을 알아보게 하는 표지입니다. 동시에 그 모양은 예수가 장차 짊어질 십자가를 떠올리게 합니다. 지팡이를 누가 어떻게 쥐었는지 보면 장면이 또렷해집니다.

십자가 부분 확대
〈초원의 성모〉 부분. 요한은 두 손으로 지팡이 아래쪽을, 예수는 오른손으로 가로대 바로 밑을 쥐었다. 예수의 왼손은 성모의 붉은 소매 끝, 손목 언저리를 붙들고 있다.

  왼쪽에서 무릎 꿇은 요한은 어깨에서 허리로 엷은 회보랏빛 천을 둘렀을 뿐 거의 맨몸이고, 두 손으로 지팡이 아래쪽을 받쳐 들고 예수를 올려다봅니다. 세 사람의 머리 위에는 모두 가는 금빛 고리 모양의 후광이 떠 있는데, 너무 가늘어서 가까이 가야 보입니다. 예수는 오른팔을 높이 뻗어 가로대 바로 밑을 잡았습니다. 지팡이는 요한이 건네는 중인지 예수가 받아 드는 중인지 정해지지 않은 채, 두 아이가 위아래로 나눠 쥐고 있습니다. 예수의 눈은 십자가가 아니라 요한의 손 쪽을 향합니다.

  이제 예수의 왼손을 보면 이 그림이 평온하기만 한 장면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예수의 왼손은 성모의 오른쪽 붉은 소매 끝, 흰 소맷부리가 드러난 손목 언저리를 감싸 쥐고 있습니다. 그 손을 성모의 손 위에 얹은 것으로 설명하는 글도 있지만, 확대 도판에서 아이의 손가락이 감싼 것은 성모의 손이 아니라 소맷부리입니다. 성모의 오른손은 예수의 왼팔 아래로 들어가 배를 받치고, 왼손은 등 쪽 허리를 감쌉니다. 아래로 내려가 발을 보면 예수는 한쪽 다리로 땅을 딛고 다른 발은 뒤꿈치를 들어 발가락 끝만 땅에 대었습니다. 걸음을 떼는 순간입니다. 아이는 십자가 쪽으로 한 걸음 나가면서 어머니의 소매는 놓지 않았고, 성모는 아이를 붙잡지도 밀지도 않은 채 뒤에서 받치고만 있습니다.

  성모의 얼굴은 눈을 내리깔고 아래의 예수 쪽을 봅니다. 입가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 표정을 아들의 운명을 내다보는 어머니의 슬픔으로 읽는 해석이 많습니다. 이 글은 그 감정을 얼굴보다 손에서 먼저 읽습니다. 붙잡지 않고 받치는 어머니의 손, 그리고 떠나면서도 놓지 않는 아이의 손입니다. 오른손은 앞으로 올 십자가를 스스로 잡고 왼손은 아직 어머니에게 매달려 있으니, 두 손을 합치면 수난을 향해 첫걸음을 떼지만 아직은 어린아이인 예수가 됩니다. 라파엘로가 이렇게 설명한 기록은 없으므로 이것은 화면에서 끌어낸 해석이지만, 손의 위치와 발의 모양은 누구나 도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묘에서 완성작까지

  라파엘로가 처음부터 이 자세를 정해 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술사학자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서양미술사』 서론에서 빈 알베르티나 미술관에 있는 이 그림을 위한 습작 네 가지를 도판으로 싣고, 라파엘로가 무엇을 바꿔 가며 그렸는지 짚었습니다. 곰브리치에 따르면 처음 스케치에서 아기 예수는 어머니에게서 멀어지려 하면서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돌아봅니다. 라파엘로는 그 움직임에 맞춰 성모의 머리를 여러 자리에 놓아 봅니다. 다음에는 아이가 어머니를 올려다보게 그렸고, 또 다른 장에서는 요한을 넣었지만 예수가 요한이 아니라 그림 밖 한 점을 보게 했습니다. 곰브리치는 라파엘로가 되풀이해 찾은 것이 세 인물 사이의 알맞은 균형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완성작에서는 그 균형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렇게 애써 얻은 것이라는 사실을 보는 사람이 거의 알아채지 못할 정도라고 덧붙입니다.

  소묘의 순서를 완성작과 나란히 놓으면 한 가지가 눈에 띕니다. 어머니에게서 멀어지며 돌아보는 아이라는 첫 생각은 완성작의 얼굴에서는 사라졌습니다. 예수는 더 이상 어머니를 돌아보지 않고 요한 쪽을 봅니다. 그런데 떠나는 몸과 남아 있는 마음이라는 긴장은 그대로 남아, 자리를 옮겼습니다. 소매를 쥔 왼손과 뒤꿈치를 든 발로 말입니다. 라파엘로가 그런 의도를 글로 남긴 기록은 없으므로, 이것은 소묘와 완성작을 비교해서 얻는 해석입니다. 그림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완성작의 예수가 어머니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그 대신 소매를 쥔 손과 들린 뒤꿈치가 있다는 점까지입니다. 그렇게 빼낸 덕분에 세 사람의 얼굴은 모두 한 방향, 지팡이 쪽으로 모이고 삼각형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초원의 들꽃과 옷의 색

발과 식물 부분 확대
〈초원의 성모〉 부분. 뒤꿈치를 든 예수의 발, 파란 망토 밖으로 나온 성모의 왼발, 앞줄 잎 사이의 빨간 딸기 열매를 본다.

  화면 앞줄의 풀은 하나하나 잎 모양이 다르게 그려져 있습니다. 오른쪽 아래, 성모의 맨발 앞에는 잎 사이로 빨간 열매가 달린 딸기가 낮게 퍼져 있고, 왼쪽 요한의 발치에는 흰 꽃잎에 노란 가운데를 가진 데이지 두 송이가 피었습니다. 붉은 양귀비는 앞줄이 아니라 성모의 파란 망토 바로 오른쪽, 중간 높이의 풀밭에 있습니다. 핀 꽃 두 송이와 봉오리 하나입니다.

  성화에서 붉은 양귀비는 흔히 그리스도의 피와 죽음을, 딸기는 천국의 열매나 겸손을, 데이지는 순결을 떠올리게 하는 식물로 풀이됩니다. 이 그림의 들꽃도 그런 뜻으로 넣었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다만 소장 미술관도 바사리도 이 그림의 꽃에 대해서는 아무 말을 남기지 않았으므로, 꽃 하나하나에 정해진 뜻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화면에서 확실한 것은 양귀비의 붉은색이 성모의 옷과 같은 계열의 색으로, 파란 망토 바로 옆에 놓였다는 점입니다.

  성모의 옷은 붉은 웃옷에 파란 망토입니다. 붉은색을 사랑과 희생으로, 파란색을 하늘로 읽는 해석이 자주 붙습니다. 화면에서 보면 파란 망토는 성모의 무릎에서 땅으로 넓게 흘러내려 삼각형의 아랫부분을 채우고, 붉은 웃옷은 꼭짓점 쪽 상반신을 채웁니다. 두 색이 위아래로 나뉘어 삼각형 전체를 받치는 셈입니다. 하늘에는 오래된 그림에 생기는 가는 금이 보이는데, 가까이에서 보면 그물처럼 퍼져 있습니다.

같은 주제를 그린 세 그림

라파엘로 방울새의 성모, 왼쪽의 어린 요한이 두 손으로 감싼 작은 새를 성모의 무릎 사이에 선 아기 예수가 쓰다듬는다
라파엘로, 〈방울새의 성모〉, 1506년 2월까지, 나무판에 유채, 107×77.2cm,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1890 n. 1447. 두 아이 사이에 십자가 대신 작은 새가 있다. (사진: MenkinAlRire, CC BY-SA 4.0, 위키미디어 커먼즈)

  라파엘로는 피렌체에 있는 동안 성모와 아기 예수, 어린 요한이 함께 있는 그림을 여러 번 그렸습니다. 우피치 미술관은 그 대표적인 변주로 빈의 이 그림과 우피치의 〈방울새의 성모〉,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아름다운 정원사〉를 함께 꼽습니다. 〈방울새의 성모〉는 1506년 2월까지 완성되었습니다. 바사리는 라파엘로가 친구 로렌초 나지의 결혼을 맞아 그려 주었다고 썼고, 우피치는 그 결혼식이 1506년 2월 23일이었다고 밝힙니다. 〈아름다운 정원사〉는 1507년 작입니다. 바사리가 〈방울새의 성모〉를 묘사한 문장을 보면, 라파엘로는 성모의 두 다리 사이에 아기 예수를 세우고 어린 요한이 기뻐하며 새를 내밀게 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아기 예수를 성모의 무릎 사이에 세우는 배치는 빈의 그림과 같습니다.

라파엘로 아름다운 정원사, 오른쪽에 무릎 꿇은 어린 요한이 십자가 지팡이를 쥐고 왼쪽의 아기 예수가 성모를 올려다보며 손을 맡긴다
라파엘로, 〈아름다운 정원사〉, 1507년, 포플러 나무판에 유채, 122×80cm, 파리 루브르 박물관, INV 602. 십자가 지팡이는 오른쪽의 요한이 쥐고, 왼쪽의 아기 예수는 성모를 올려다보며 손을 맡긴다.

  세 그림은 모두 성모의 머리를 꼭짓점으로 한 삼각형 구도이고 풀밭과 먼 풍경을 배경으로 합니다. 달라지는 것은 두 아이 사이에 놓인 물건과 아기 예수의 손입니다. 〈방울새의 성모〉에서 요한이 두 손으로 감싸 내미는 것은 작은 새이고, 예수는 손을 뻗어 그 새를 쓰다듬습니다. 〈아름다운 정원사〉에서는 오른쪽에 무릎 꿇은 요한이 십자가 지팡이를 혼자 쥐고, 예수는 성모를 올려다보며 성모의 손에 손을 맡깁니다. 세 그림을 나란히 보면 아기 예수가 십자가를 제 손으로 쥔 그림은 빈의 그림뿐이고, 그러면서 다른 손으로 어머니를 붙든 것도 빈의 그림뿐입니다.

  흔히 〈초원의 성모〉를 이 연작의 출발점으로 소개하지만, 연대로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빈의 그림을 1505년으로 읽으면 〈방울새의 성모〉보다 앞서고, 1506년으로 읽으면 거의 같은 무렵이 됩니다. 확실한 것은 라파엘로가 2년 남짓한 사이에 같은 세 인물을 두고 서로 다른 답을 세 번 내놓았다는 사실입니다. 피렌체 이후 로마에서 그의 그림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라파엘로 생애와 작품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빈 미술사박물관에서 볼 때

  이 그림은 빈 미술사박물관 회화관의 1번 전시실에 걸려 있습니다(2026년 10월 미술관 누리집 기준). 같은 방에 라파엘로의 다른 작품과 같은 시대 이탈리아 화가들의 그림이 함께 있으니, 전시 위치는 방문 직전에 미술관 안내로 한 번 더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림은 세로 113cm 남짓이라 생각보다 작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은 1663년부터 1773년까지 백 년 넘게 인스부르크 근처 암브라스 성에 있다가 빈으로 왔습니다.

1) 몇 걸음 떨어져 삼각형과 지평선 보기
  먼저 성모의 머리, 요한의 무릎, 성모의 맨발을 잇는 삼각형을 찾고, 지평선이 성모의 가슴 높이를 가로지르는 것을 확인합니다.

2) 가까이 다가가 예수의 왼손과 발 보기
  다음에는 예수의 왼손이 성모의 소매 끝을 쥔 곳과, 뒤꿈치를 든 발을 찾습니다. 이 두 곳을 보고 나면 지팡이를 쥔 오른손이 다르게 보입니다.

3) 목둘레의 글자와 풀밭의 꽃 찾기
  마지막으로 성모 옷 목둘레의 금색 글자 가운데에서 M.D.V를 찾아보고, 망토 오른쪽의 양귀비와 앞줄의 딸기, 데이지를 확인합니다.

마무리

  〈초원의 성모〉는 극적인 사건을 그린 그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고요는 멈춰 있는 고요가 아니라 한 걸음을 떼는 순간의 고요입니다. 아기 예수는 오른손으로 십자가를 잡고 왼손으로 어머니의 소매를 쥔 채 앞으로 나아가고, 성모는 그 아이를 붙잡지 않고 받쳐 줍니다. 곰브리치가 전하는 소묘에서 라파엘로가 시선으로 풀어 보려던 떠남과 머묾은, 완성작에서 두 손과 한 발로 옮겨졌습니다.

  레오나르도가 성모와 아기 예수, 어린 요한을 바위 동굴 안에 모아 그린 그림은 암굴의 성모 루브르와 런던 비교에서, 르네상스 전체의 흐름은 서양 미술사 총정리에서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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